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눈여겨볼 만한 두 가지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재정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외교·지정학 전략입니다. 언뜻 보면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두 소식을 함께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가 대내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큰 그림이 보입니다.
오늘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교통 협력 확대 사례를 통해 드러난 '경제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외교 독트린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세율 인상 대신 '세원 확대'를 택한 인도네시아
지난 7월 14일, 인도네시아 국회(DPR) 본회의에서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Purbaya Yudhi Sadewa) 재무장관은 중요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정부가 중기적으로 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입니다. 대신 정부는 세원(tax base)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데이터·기술 활용 강화: 코어택스(Coretax) 시스템 등을 통해 그동안 세정 당국의 손이 닿지 않았던 영역을 포착
- 디지털 경제 과세: 온라인 플랫폼, 전자상거래 등 신규 경제 영역으로 세원 확장
-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 및 비공식 부문 포착: 그동안 세금 사각지대에 있던 비공식 경제 활동을 제도권으로 편입
- 관세·소비세 분야 강화: 서비스 디지털화, 감사·단속 강화, 불법 수입품 및 불법 유통 담배·주류 등의 단속 확대
이러한 정책 방향의 배경에는 투자 환경 안정성 유지라는 목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율을 올리면 단기적으로 세수는 늘어날 수 있지만,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반면 세원을 넓히는 방식은 기존 납세자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세수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인도네시아의 세수 실적은 1,035.7조 루피아로, 2026년 국가예산(APBN) 목표치의 43.9%에 해당하며 전년 동기 대비 24.6% 성장했습니다. 연간으로는 약 2,310.8조 루피아, 목표 대비 98.8% 수준의 달성이 예상되며, 세수 부족분(shortfall)도 2025년의 약 271조 루피아에서 46.9조 루피아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입니다. 세율 인상 없이도 세수 증가와 재정 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인 셈입니다.
2. '경제 스윙스테이트' 독트린 — 프라보워식 균형외교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인도네시아의 외교 노선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치·안보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밸런스 오브 파워(Balance of Power) 외교'로 해석하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핵심은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중국 등 특정 강대국·진영에 종속되지 않고, 다자 파트너십을 동시에 관리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지속될 경우 인도네시아가 국제무대에서 이른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즉 어느 한 진영에 고정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발언권과 협상력이 커지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 전략의 장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전략적 파트너 다변화: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 통상 압박이나 제재 리스크를 분산
- 협상력 강화: 여러 강대국·경제권과 동시에 관계를 맺음으로써 투자·기술이전·안보 협력에서 유리한 위치 확보
- 국내 정치적 안정: 특정 진영 편중에 따른 국내 여론 분열을 방지
- 중견국(middle power) 이미지 구축: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 가교 국가로서의 위상 제고
실제로 프라보워 대통령은 최근 15일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유럽연합(EU) 주요국을 순방하며 인도네시아-EU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10년에 걸친 19차례 협상 끝에 이룬 결실로, 인도네시아의 외교적 활동 반경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3.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교통 협력 확대 — 균형외교의 실제 사례
이러한 '경제 스윙스테이트'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에서도 확인됩니다. 7월 13일, 인도네시아 교통부 장관 두디 푸르와간디(Dudy Purwagandhi)는 자카르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 장관 살레 빈 나세르 알-자세르(Saleh bin Nasser Al-Jasser)를 만나 양국 간 교통 협력 확대에 합의했습니다.
이번 협력 확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항공: 1988년 항공운송협정 체결 이후 지속된 협력을 바탕으로, 족자카르타·반다아체 등 운항 거점 확대
- 해운·철도: 신규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해운 및 철도 분야 협력 강화
- 교통안전 조사 분야 기술 협력
- 인적자원(HR) 개발: 인도네시아 교통 관련 교육기관과 사우디 교통업계 간 인턴십, 교원·전문가 교류, 공동 훈련 프로그램 추진
- 인도네시아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국 진출에 대한 사우디 측 지지 요청
특히 양국 항공 교류는 하지(성지순례)·움라 수요 증가와 맞물려 매우 실질적인 경제적 의미를 지닙니다. 2025년 12월 이후 제다·메디나行 항공편 운항 빈도가 늘어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합니다.
단순한 의전성 협력이 아니라, 실물 경제와 직결된 실용 외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정리하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적으로는 세율 인상 없는 세원 확대 전략을 통해 투자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재정 기반을 넓히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특정 진영에 종속되지 않는 '경제 스윙스테이트' 외교를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협상력과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교통 협력 확대는 이러한 균형외교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항공·해운·철도·인력 교류 등 구체적 실행 단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투자자와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세제의 예측 가능성과 외교적 리스크 분산은 모두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가 이 두 가지 전략을 얼마나 일관되게 실행해 나가는지가,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으로서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 글은 2026년 7월 14~15일 보도된 인도네시아 재무부·교통부 관련 뉴스 및 지정학 분석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 오늘, 인도네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도네시아 장관 가족 동반 출장 문건 유출, 대규모 인사이동으로 확산된 이유 (0) | 2026.07.17 |
|---|---|
| 틱톡 라이브 키스 한 번에 공개 태형 21대, 인도네시아 아체주 논란의 실체 (0) | 2026.07.15 |
| 인도네시아,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여행 전 체크 (0) | 2026.07.13 |
| 발리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비자 단속, 이제는 '협찬'도 안 된다 – 인도네시아 정부 공식 발표 총정리 (3) | 2026.07.09 |
| 인도네시아 결제 방식의 변화,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이유는? (0) | 2026.07.06 |